2022. 8. 6. 02:11ㆍ일상/잡담
음악에 대해 전문적 지식에 기초하지 않는 필자의 글은
스스로 소개하는 것과 같이 혼자 떠드는 잡담글에 불과하니 읽고 흘려봐주었음 좋겠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소 음악을 즐겨듣는 나는 언제부턴가 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을 곡을 선정하는 내 자신이 노래의 멜로디가 아닌 가사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유튜브 뮤직을 틀어놓고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코딩을 하거나, 혹은 공부를 할 때 지나가는 모르는 곡들 중에서 멜로디가 꽂히는 노래가 있는데. 그런 노래들은 항상 가사를 찾아보고,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중 멜로디는 괜찮았지만 가사가 분위기(멜로디와 보컬의 음색?)에 맞지 않거나 공감하기 힘든 경우에는 잘 찾아듣지 않는 듯하다. 반대로 노래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가사거나 내가 공감하는 가사일 경우에는 자주 듣곤한다.
이전에는 나도 멜로디가 좋은 음악을 우선 들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몇몇 가수들의 노래들만 듣게되는지를 생각해보았고 나름대로의 대답을 잠 안오는 저녁에 잡담글로 써본다.
나는 작곡가가 아니다. 그렇지만 작곡가는 인생에 잔흔이 남은 뚜렷한 몇몇 기억들에 의존해 음악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돌과 같이 특정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 입에 잘 붙는 멜로디를 만들고 거기에 맞는 컨셉, 컨셉에 맞는 가사를 쓰는 노래들도 있지만 필자가 자주 듣는 발라드 가수들은 대부분 싱어송라이터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기억을 곡에 담아내고, 그 기억에 의존하여 노래를 부른다.(아이돌을 비하하거나 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필자는 윤종신 정준일 다음으로 ITZY예지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 그래서 어떤 가수의 경우에는 노래를 부르다가 벅차오르는 감정들을 소화하지 못하고 표정이나 눈물, 행동으로 나타나곤 한다.(개인적으로 정준일의 '아니야'는 부르는 정준일의 감정이 폭발하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 글 아래 라이브 영상 참고) 내게 맞는 노래는 그런 것이다. 물론 나온지 얼마 안된 아이돌들의 음악이나 힙합, 팝송 등에도 거부감없이 노래를 감상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그렇다 가사가 부족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노래의 가사를 왜 중요시 여기는 걸까? 필자는 노래를 들을때 스스로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듣는다. 그래서 몇몇 노래들은 그 노래 전주만 들어도 내가 이전에 해왔었던 기억들이 다시 연기처럼 되살아남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슬프다. 내가 거쳐왔던 기억들 중 가장 뚜렷한 것은 아름다운 기억들이기에 슬픈 발라드가 제격이다. 아름다운 기억이라 슬프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름다운 기억이라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 과거로 굳어져버린 시간이 애석하고 슬프게 느껴진다. 이러한 생각들 때문에 나는 가사를 중요시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가사를 보는것과 함께 그 가사의 '울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곡을 본인이 작사 작곡하는 아티스트들은 가사에 자신의 생각들을 담을텐데, 삶의 뒷 배경이 그렇지 않은 가수들은 울림이 덜하다고 느낀다. 무슨 말이냐면, 필자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윤종신은 '찌질한 발라드 노래'를 굉장히 많이 쓴 사람이다. 찌질한 발라드 노래는 찌질한 가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찌질한 가사의 울림은 윤종신씨의 과거, 즉 걸어온 기억들이 받쳐준다.
만약 윤종신씨가 180cm대의 키와 완벽한 몸, 정우성같은 외모(지금도 닮으시긴 하지만)를 가지고 'Annie'나 '단비'같은 노래를 부르면 뭔가 와닿지 않는다. 누가봐도 주변에 자신을 연모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은 외모를 가진 경우엔 그러한 뒷 배경이 부족하기 때문에 작사를 하고 노래를 불러도 엄청 끌리지 않는다는 얘기다.(그래서 못난 필자가 윤종신님의 노래에 공감이 잘 되는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물론, 잘난 사람의 노래임에도 끌릴수 있다. 노래를 부를 때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자신의 스토리를 들려주는 가수들을 보면 듣고있는 청자도 감정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뚜렷하게 이건 아니다!하는 절대적인 생각은 없다)
그리고 필자는 윤종신과는 별개로 정준일의 노래를 참 좋아하는데, 정준일의 노래는 절망, 우울, 슬픔이 드러나는 노래와(대표적으로 밴드 메이트 활동 중에 써진 괜찮아, PLASTIC 등) 이별 발라드노래들이 대표적이라 생각한다. 정준일은 과거의 이별경력과 이혼경험으로 그 사랑노래 가사의 울림이 참 와닿았는데. 아쉽게도 이혼의 원인은 정준일의 불륜으로 인한 것이기에(전 와이프가 정준일 팬카페에 쓴 글에 따르면) 몇 년간은 안 듣다가 1년 전부터 다시 자주 듣고있다.
그럼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엥, 뒷 배경을 중요시 해서 가사를 보고, 노래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뒷 배경이 저런 사람 노래를 왜 좋아해?". 물론 거기에 조금은 공감한다. 나도 그런 생각때문에 오래동안 듣던 메이트 노래와 정준일의 노래들을 잘 안듣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인간이 꼬리표가 붙는 것 처럼 어떤 행동 때문에 무조건적인 비판이나 일궈온 모든게 부정당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이것이냐 혹은 저것이냐 하는 이분법에 기초하는 생각들은 A가 아니면 B, B가 아니면 A라는 생각으로 나타나는데 일상에서는 저 사람이 착한 사람이냐 혹은 나쁜 사람이냐 라고 따지는 모습이 그러한 이분법적 사고에 기초한다.
여기서는 오롯이 개인적 생각이고 부족한 지식에서 비롯된 궤변일 수 있지만, 현재 갖고있는 내 가치관은 사람은 절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눌 수 없다. 정준일이 평소 봉사활동과 기부행사를 많이 했으며 불륜도 저지르지 않고 한 사람만 사랑해온 사람이라고 해도 착하기만한 사람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착한 행동'과 '나쁜 행동' 수준 정도에만 머무를 뿐이기 때문이다. 불륜은 서로간의 결혼약속(외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깨트리는 행위이기에 나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에 남았었던 사랑했던 기억들이 모조리 지워지진 않을 것이다. 그때의 판단은 그때일 뿐 기억은 기억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아무리 불륜을 저지른 가수라고 해도 어떤 노래를 부를때 진심을 담아 부른다면 노래에 큰 불편함 없이 즐겨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제3자가 보았을 때 좁고 편협해 보일 수 있는 위의 가치관은 책 데미안을 통해서 크게 느꼈는데. 필자도 청소년 필독도서로 지정된 데미안을 처음 읽었을 때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내 해석을 써놓은 글들이 많아 다시 읽었을 때 조금은 이해가 갔던 것 같다. 데미안에서 나오는 신인 '아브락사스'는 유대교에서 선의 신을 나타내는 야훼와 악의 신인 사탄을 합친 신으로 묘사된다. 데미안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라는 구절인데 그 의미는 중세 기독교에서 선과 악으로 구분짓는 대표적 이성주의적, 이분법적 사고관을 타파하고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 않는 가치(진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철학과에서 1년간 수업을 들었는데, 그 시기쯤 필자는 니체에 대해 고등학교 적 보다 더 깊게 공부할 수 있었다. 니체는 절대 선과 악 두 가지로 나뉘어 잣대를 들이미는 기독교적 사고관을 타파하고("신은 죽었다"고 말한 이유) 중세가 대표하는 이성주의적 사고관이 아닌 근대의 실존주의적 사고관의 지평을 열어젖힌 인물이다.
니체의 실존주의를 지향하는 이런 생각과 아브락사스는 그 방향을 함께한다고 생각한다. '선과 악으로 구분짓지 않기'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절대 착한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뭐 쨋든 실제로 필자는 이런 말들을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설명하고 "절대 착한사람은 없다? 혹시 알아?" 이지랄하는건 너무 잘난척 하는 것 같아 하지않고 그냥 평소엔 착한행동을 하는 친구한테 착하다라고 한다. 오롯이 짧은 고찰에서 나온 개인의 생각일 뿐.
어쨋든 그래서 누군가 불륜같은 큰 그릇된 행동을 저질렀다 해도 그 사람을 부정하진 않는다. 대신 그러한 경향이 크게 나타나서 여러번 행동이 반복되는 경우는 질릴 수 있고 편하게 '나쁜 사람' 이라고 평상시에 부를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대영상을 보면 더 와닿는데, 사람들 앞에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노래를 부르는 자신의 일이 행복하지 않을때가 있다고 호소하는 정준일의 영상은 정준일이 한 노래를 들을때 얼마나 큰 감정을 쏟아내는지 볼 수 있다.
정준일 - 아니야
정준일 - 아니야 를 부르기 전, 노래부르는게 행복하지 않다고 토로하는 정준일(04:08 부분)
어쨌든, 아까 맨 처음 설명했듯 가수의 개인적인 추억, 기억, 과거에 바탕으로 한 노래들은 청자인 나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노래를 들을 땐 노래를 부르는 가수와 작사가, 작곡가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연대가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내가 몇몇 가수들을 좋아한다고 점찍어 두고 계속 듣는 것 같다.
나도 나만의 기억이 있으니까. 필자는 학창시절때 어린 나이 치고는 아주 오랜기간동안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 현재는 멀리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서, 또 그리 친하게 남지 못해서 연락도 하지 못하고 지내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항상 그 때의 기억이 재생되고 노래를 들으면 되살아남을 느낀다. 어쨌든 그러한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준 그 사람한테 너무 감사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추억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매일매일 노래를 듣고, 가사를 흥얼거린다.
윤종신 - 졸업눈물
윤종신 - 너랑왔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준일 미 발매곡 - 내게(유재하 경연대회 참여곡, 작사가 본인은 부끄럽다 하지만 가사에서 아직 어리고 풋풋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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