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0. 00:50ㆍ일상/음악소개
음악소개의 이유
이소라의 <봄>은 한국 가요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앨범인 이소라 6집 '눈썹달'에 수록된 곡이다. 눈썹달 앨범은 2004년 12월 발매된 앨범으로 첫 수록곡인 'Tears'부터 마지막 곡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의 과정으로 애인과 이별하는 한 여자의 심정을 그려낸다. 그렇기에 전체적으로 슬프고 애절한 감정이 드러나는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소라 대표 명반 '눈썹달', 16년만에 LP로 다시 만난다(종합)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보람 기자 = 가수 이소라의 대표적 명반으로 꼽히는 6집 '눈썹달'이 LP로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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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 접한 이소라 6집에 수록된 곡은 '바람이 분다' 였는데, 어렸을 때 개그콘서트 볼 때 개그우먼 신보라가 가끔 부르는 때 부터 알게되었던 것 같다. 처음엔 멜로디가 좋아서 찾아 듣게 되다가, 해당 노래가 속한 앨범 전체가 좋다는 평가가 많아서 찾아듣게 되었었고 고등학교 시절 잠깐동안은 이소라 노래로 플레이리스트를 잔뜩 채웠었다. 지금 찾아보니 2020년에 LP로 다시 돌아와 예약판매 1분만에 3000장 한정 재고가 모조리 팔렸다고 하니, 아직도 이 앨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나보다.
앨범 내 좋은 노래들 가운데 이소라 <봄>을 소개하려는 이유는 가사가 담백하다고 해야할까. 아름답지만 때론 과해보이고 거추장스러워 보이는 미사어구가 많지 않은 곡이라고 느꼈다. 가사를 읊는 가수의 목소리가 청자에게 닿을 때의 느낌, 이러한 느낌에는 비단 멜로디 뿐만 아니라 가사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느끼하지않고 담백한 가사가 참 좋았다.
- 가사 -
하루종일 그대 생각뿐입니다
그래도 그리운 날은 꿈에서 보입니다
요즘의 사람들은 기다림을 모르는지
미련도 없이 너무 쉽게 쉽게 헤어집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 오면 원망도 깊어져가요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또 기다릴 수 있겠죠
그대와 나 사이 눈물로 흐르는 강 그대는
아득하게 멀게만 보입니다
올해가 지나면 한살이 더 느네요
그대로 다행인 것은 그대도 그렇네요
여름이 가고 가을 오면 돌아올 수 있을까요
겨울이 가고 봄이 또 오면 손닿을 만큼 올까요
그대와 나 사이 눈물로 흐르는 강
그대는 아득하게 멀게만 보입니다
그리 쉽게 잊지 않을 겁니다
음악잡론
거의 대다수의 남자들은 첫 사랑을 못 잊는다고 하는데, 얼추 맞는 말 같다. 그 원인은 인생 전반에 있어 사랑에 대한 첫 경험을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친구를 몇 명씩 만나고, 남자친구를 몇 명씩 만나는게 어쩔땐 쿨해보이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설명못할 편견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을 잘 갈아치우는 행위가 그 사람이 도회적인 분위기를 가진 사람(바쁜 현대의 이미지? 감정은 주고받는 거래일 뿐인 그런 감성)인지 목가적인(감정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천천히 곱씹을 수 있는) 분위기인지도 평가할 수 있는 척도로 작용한다. 요즘에는 글쎄 '연애의 참견'과 같은 프로그램들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나 여자들이 신나게 까이다보니 그렇게 쿨해 보이진 않을 수 있는데 보통 아저씨들이 "왕년에~"라고 시작하는 대부분의 말들에서 한 사람을 사랑한 이야기보단 자신이 얼마나 여러 사람들에 사랑받았는지를 주제로 삼는 걸 보면 무의식적으로 그게 더 멋져보이나보다.
각설하고, 대다수의 남자가 첫 사랑을 못 잊는 이유가 '사랑에 대한 첫 경험' 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었는데, 그럼 왜 사랑에 대한 첫 경험을 잊기 힘든 것일까. 후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걸까. 처음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는 과정부터, 그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는 과정, 함께 있을 때 말고도 그 사람이 생각나는 시간들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자신이 그 사람에게 빠져있다는 걸 느낀다. 우리는 그렇게 쉽게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처음 사랑을 시작했을때를 생각해보자, 그러한 감정이 당연했었나? 나는 아니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게 당연하지 않아서, 또 어떻게 표현하는지 몰라서 바보같은 행동들을 했었을 때도 있다. 모든게 처음이어서 그러한 행동들은 더 깊게 가슴에 남는다.
모종의 이유로 계약서에 서명하듯 사귀는 초등학생들의 '애인두기'가 아닌 설렌다는 감정을 처음 일깨워준 사람을 만난 것, 그 사람과 나눈 경험들이 한 사람의 첫 사랑이라고 정의한다면 내게 멜로틱한 감정을 처음 경험하게 해준 그 사람은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재밌게도 그런 설렘과 같은 감정은 그때의 시간에 멈춰있어서, 현재 내가 현재의 그 사람의 모습이 싫어도 싫어도 그 때의 그 사람은 좋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이후에 아무리 많은 연애경험을 쌓더라도 한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 드는 설레는 감정들이 쌓이다 보면 무뎌지기 마련이기에, 처음 그러한 경험을 선사해준 사람을 잊기는 힘들 것이다. 뭐 이런 여러 모종의 이유로 나는 첫 사랑을 대부분 잊기 힘들어 한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노래 <봄>에서의 화자의 모습이 때론 이유없는 멜랑꼴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화자의 입장에서는 "그 사람잊고 다른 사람 만나면 되지"가 안되는 것이다. 쉽게 쉽게 갈아치우는게 쿨해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봄> 가사에서 "그대와 나 사이 눈물로 흐르는 강, 그대는 아득하게 멀게만 보입니다"와 같이 너무 딥해보일 수 있는 가사를 보고 "인스타 DM해서 걍 함 만나자 하면 되는거 아니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엔가, 가사에는 "요즘에 사람들은 기다림을 모르는지 미련도 없이 너무 쉽게쉽게 헤어집니다"라고 그러한 가치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음악을 듣는 당신은 어떤 사람에 가까운가. '첫사랑', '운명', '단 한 사람', '잊을 수 없는'과 같은 말들과 더 가까운 사람인가 '자유로운', '안맞으면 그만', '가볍게 만나는'과 같은 말들과 더 가까운가. 물론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가 당신이 인생에서 딱 한사람만 사랑하라는 건 절대 아니다. 남자가 첫사랑을 못 잊는 이유가 첫 설렘인 만큼 처음 경험한 모든 것들은 다 서툴고 어리숙하다. 이런 저런사람을 만나보고 누군가와 함께 걷는게 더 이상 긴장되지 않거나, 처음 보는 사람과 말도 잘 섞거나, 내가 주도하는 등 인간관계의 시각에서도 여러 경험을 가지는 것은 도움이 된다. 질문의 이유는 다만 가치의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차이다. 그딴건 없다고, 그냥 삶을 살아가면 그만인 사람도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잊혀지지 않아 10년이 지나도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있듯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시간에 녹아든 감정과 경험들로 더 나은 나를,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간다. 그래도 운명을 믿고 처음 사랑한 사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한 사람을 잊지 못한 사람은 가사에서 말해주듯 한 살이 더 늘어도 다행인 것이, 그 사람도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나이를 먹는게 비참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리고 풋풋할 때보단 그 활력이 저하되는건 확실하기에, 나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년도 들어서 첫 글을 음악소개로 작성한다. 플러터 개발일지를 작성하려 했으나 우선 플러터 중급강의까진 다 떼고 개발하는 단계에서부터 정리해나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시간이 좀 걸릴 듯 하다. 방학 중에는 플러터 강의를 다 들을 생각이라서 한 달 내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3년, 나이가 참 빨리 느는것 같이 느껴지는데 한 번 사는 인생인 만큼 한 번 제대로 살아야 겠다고 또 다짐한다. 간간히 쓰는 음악 소개 글에서 소개하고픈 노래들, 장르들이 많은데. 일본 버블경제 시기를 대표하는 시티팝 노래들이나 갬성있는 카페에서 자주 들을수 있는 보사노바 재즈풍 노래들을 다음번에 소개해봐야겠다.
어쨌든 글을 읽는 당신, 아름다운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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