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6. 02:42ㆍ일상/음악소개
음악소개의 이유
음악을 즐겨듣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며 느낀 점을 정리하고 소개하고싶어져서 끄적이는 글인 음악소개 카테고리는, 내가 평소 공감하면서도 위로받고, 감명받는 노래들이 올라갈 카테고리가 될 것이다.
그 첫 번째 음악으로, 윤종신의 <Destiny>를 소개하려 한다. Destiny를 소개하고싶은 이유는 당연하게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윤종신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필자는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가만히 있어도 불안하고, 무언가를 하고 있어도 제대로 하는지 불안해한다. 이러한 불안이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 내 운명이라고 믿는 큰 꿈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불안이 곧 불행은 아니다. 불안은 잘 사용하면 적절한 양분을 제공하니까.
Destiny는 그런 노래같다, 외로운 밤 혼자서 생각하고 있던 복잡함들과 과업들, 그리고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고싶어하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을것만 같고 진전이 없던 것만 같던 지난날들, 그런 생각들을 관통시키고 해결하는 무언가는 '타인으로 부터의 인정', '성과'와 같은 것들이다. 실은 그러한 결과물들이 있기 위해서는 외로운 밤과 복잡한 생각들, 불안이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Destiny는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에 그러한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는 현 시대 수많은 사람들에 위로의 메세지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음악소개
우선 Destiny는 2020년 월간 윤종신 12월호이고, 2020년 당시 한 해동안 진행되었던 이방인 프로젝트의 마지막 노래로 소개되었다. 원래 월간 윤종신 유튜브에서 <탈곡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처음 나오게 된 노래인데, 당시 BTS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점점 커지면서 그들이 느끼는 여러 감정이나 생각들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인데 이 노래가 '윤종신'이라는 가수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도 공감이 갈 것 같았다. 즉, 월간 윤종신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것과 같이 다듬은 버전에서는 스타로서 느끼는 무언가 보다는 오랜시간 창작자로서 살아온 윤종신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생각해보면 저도 조금 더 쉽게 가는 길이 있거든요. 예전 노래를 부르거나 인기 있을 것 같은 발라드만 양산하는 거죠. 통계를 봐도 제가 발라드를 해야 더 반응이 좋다는 걸 제가 모르지 않거든요.(웃음) 그런데 그건 사람들이 원하는 윤종신이지 창작자로서의 윤종신은 아닌 거예요. 사람들의 취향과 선호를 따라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맞추기만 하면 나는 어느새 사라져버리거든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거고 다행히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그래서 사람들의 호불호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하고, 무엇보다도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운이 좋다면 제가 좋아서 한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도 있겠죠. 저는 그게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또 월간 윤종신의 정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그동안 정말 많은 것들을 시도해본 것 같아요. 음악뿐만 아니라 방송도 해봤고 회사도 해봤고 또 다른 가수를 키우는 일도 해봤죠. 저는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지금도 알아가고 있어요. 나는 어떤 게 가능 혹은 불가능한 사람인지, 어떤 길이 내가 가야할 혹은 가지 말아야 할 길인지, 내게 주어진 역할이 어떤 것이고 어느 선까지 해내야 하는지 알게 되었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기 때문에, 그랬는데도 결국 내가 아직도 하고 있는 건 음악이기 때문에, 저는 음악이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고요. 물론 그래서 음악을 더 오래 잘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요. 자신이 어떤 운명인지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돌고 또 돌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12월호 이야기] “팔자라 생각하니 한결 맘이 편하다.”
12월호 'Destiny'
월간 윤종신 편집팀입니다
yoonjongshin.com
위 인터뷰 내용은 2020년 인터뷰인데, 1달 전 윤종신 소극장 콘서트 <가을냄새>에서도 윤종신은 청중들에게 유사한 메세지를 전했었다. 인기있는 가수로서 업계의 주류와 트렌드를 따라가고 싶은 것 보다, 창작자로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고, 이러한 메세지를 전달하면서 2022년 10월호 <섬>을 불렀는데, 대륙과 이어진, 주류인 땅이 아닌 모든 면이 바다로 에워싸져있고 조금은 떨어진 섬같은 존재가 되고 싶고, 그렇게 된 것 같다고했다. 나는 그의 의견이 씁쓸하면서도 반가웠다.
- 가사 -
침대 위로 쓰러진 나의 눈이 쓰라리게 떠진 건
그렇게 많은 일을 한 하루지만
무언가 텅빈 내 한 구석 그 곳으로부터 흘러 온
채워지지 않는 커다란 감정은
사치라고 비아냥 댈 수도 있지만
복에 겨워 헛 생각에 밤을 낭비한다고
아무도 모르게 끄적인 고통에
어느새 난 무대로 떠밀려 가
Irony 외롭고 힘들어야 다가올 짜릿함은
마치 찰나처럼 휙 지나가고
그 기분의 잔향은 그 날 밤 뿐
물결은 나를 떠밀어 또 어딘가에다 또 다른 상상을 옮기고 있어
끝나지 않을 내 하루 내가 원했기에 이 외로움은 내가 원했기에
오늘 그리고 또 내일도 저 문을 노크할 불면은
나의 밤친구가 된 지 오래인 걸
여러 번 넘겼던 위기도 시기 질투했던 그들도
모두 나의 운명 일부인 거라고
이제 그만 지겹다 날 찾지 않아도
지난 흔적들로 그럭저럭 살 수 있지만
떠오른 생각들 내버려 두기엔
난 어느새 지새는 밤을 걷네
Destiny 외롭고 힘들어야 다가올 짜릿함은 마치 찰나처럼 휙 지나가고
그 기분의 잔향은 그 날 밤 뿐
물결은 나를 떠밀어 또 어딘가에다 또 다른 상상을 옮기고 있어
끝나지 않을 내 하루 내가 원했기에 간절한 내 꿈이었잖아
버거울지라도 턱 끝까지 힘겨움이 차올라도
내가 받아들여야 할 내 운명인 것을 이 외로움을 더 사랑하려 해
음악잡론
Destiny를 구성하는 모든 가사들이 참 와닿는다. 노래에 공감을 하는 이유를 소개하려면 필자인 나를 먼저 간단하게나마 소개해야할 것 같다. 나는 꿈이 크다. 어릴 적부터 컸다. 인생에서 그리 튀지않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일상으로부터 오는 사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과 리스크가 있더라도 인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큰 과업을 이뤄서 여러 경험을 해보고픈 사람 두 사람의 부류가 있다면 나는 확실히 후자가 확실하다. 우리 집의 어른들도 다 비슷했다. 우리 할아버지도 마을에서 이런저런 사업을 하셨고 아빠도 그랬듯이. 결과는? 좋을 때도 있었지만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더 열심히 해야한다. 가족들이 알면 웃기게 생각하겠지만 만회해내야 하는 것이다. 어릴적부터 신기하게 계속 느껴온 이러한 생각은 평생을 짊어지는 과업이고, 나만의 Destiny다.
중학교때부터 키워온 막연한 꿈인 '사업가', 'CEO'라는 꿈은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 스티브잡스의 죽음 이후 출간된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잡스 전기 <스티브잡스>는 내게 큰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그가 전한 메세지처럼 다음 세대의 중심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는 인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두 가지 모두다 잘 할 수있는 수용력과 변화에 기민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현재도 그러한 인재가 되기위하여 대학교 내에서 전과도 하고, 복수전공도 하고 있고 계속해서 내 능력을 발전시켜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하는 학생이다. 다들 현재 보잘 것 없는 내 모습을 가리키며 복에 겨워 헛된 생각에 밤을 낭비한다고, 사치라고 비아냥 댈수도 있지만 이렇게 태어나 그렇게 배워온 걸 어떡하는가. 살아있을 땐 계속 가봐야지.
이러한 백그라운드 때문인가, 하루가 그냥 지나가면 무언가 도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학에 들어와서 그러한 생각이 더 깊어진 것 같은데, 주변인과 비교하고 싶지도 않고 비교하지도 않지만 하루를 그냥 운동하고 수업만 듣고 끝내면 인생 전체에서 청춘을 구성하는 한 권의 책의 한 페이지가 무의미하게 사라진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 그러한 생각에 못이겨 밤 늦게 무언가 공부하고, 글을 쓰고, 학교의 밀린 과제를 시작할 때면 크게 하고싶은 생각에 내키지도 않고 조금은 지루해도 끝낸 이후에 희열이 몰려온다. 물론 평소에 그런 희열은 매번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해낸 작은 과업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 혹은 누군가 알아주는 순간 시간이 헛되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알아차리며 느낀다.
아마 이러한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학교의 맨 마지막 수업, 오후 6시에 끝나는 수업을 나와 어두워진 밤하늘 아래서 기숙사로 향할때면, 내가 수업듣는 경상대학 건물 주변엔 여러 차들이 주차되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직장에서 일을 처리했던 직장인들이 대학원 교육을 듣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 중에선 대학생 신분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좋은 차들도 있고, 깔끔한 옷과 시계, 정갈하게 올린 머리와 구두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을 지켜보면서 항상 "겉으로 저렇게 여유롭고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하루를 절대 허투루 쓰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그렇다. 그들은 자신의 커리어, 혹은 자신의 입지를 위해 매번 고군분투 하면서 자기개발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현재 많은 기업의 인사고과에서 학사 졸업 뿐만 아니라 석박사의 유무에 따른 메리트가 크기 때문이거나 아직 이루지못한 자신의 꿈을 이루기위한 Destiny를 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더 높은 꿈을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에 와 소중한 하루의 여가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현시대면 어딜가나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고, 그러한 사람들도 외로운 하루를 버티고 집에 도착해 샤워후 간단히 캔 맥주를 마실 때면 지친 몸, 외로움과 함께 잘 나아가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짜릿함도 느끼는 것 아닐까. 그리고 나도 오늘 어쩌면 그리 만족스런 하루가 아니었다고 생각되기에 침대에 뉘었을 때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블로그에 한 줄이라도 더 남기려 하는 것일 수 있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외로움과 지루함, 그리고 육체의 지침을 투자하고 다가온 짜릿함은 너무나도 짧다. 또 그날의 짜릿함은, 그날의 마지막에 찾아와서인가 그 날 밤뿐이고, 그 다음 쓰라리게 눈을 떠보면 또 텅빈 무언가를 다시 채워야하는 내 모습이 보인다. 다시 어둠이 가고 밝은 해가 찾아온 하루를 시작하면서 꿈을 향한 물결은 나를 또 떠밀고, 또 다른 상상을 부추기고 옮기고 있다. 그래도 어떠한가, 그게 간절한 내 꿈이었잖나.
길을 가다가 버거울지라도, 힘겨움이 턱끝까지 차올라도,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이러한 외로움을 더 사랑하는게 해답이다. 그게 내 운명이니까. 매일 밤 초대하지 않은 외로움을 버티다보면 내 운명, 꿈에 가까워지리라 믿으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의 외로운 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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