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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개 - 세상 어디에도 우주 밖으로도 끝도 없이 멀어진 넌, 윤종신 - 몰린2

MinDDokDDok 2023. 9. 12. 16:05
2018 월간 윤종신 12월호 '몰린2'

2018 월간 윤종신 12월호 - 몰린2

 

음악소개의 이유

 '몰린', 형용사를 제목으로 사용하는 노래는 얼마 없는 것 같다. 필자도 이 노래가 처음 발매되었을 때 제목을 보고 무슨뜻인지 궁금했다. 실은 '몰린2'는 '몰린'의 후속작으로, '몰린'이 가을에서의 그리움을 이야기 한다면 '몰린2'는 겨울로 넘어간 시점에서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계절색은 각 노래의 가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몰린'과 '몰린2' 모두 다 이규호(작곡)와 윤종신(보컬)의 만남으로 만들어진 노래인데, 이러한 서정적인 무드의 노래들이 조금 더 많아 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Destiny'와 '몰린2'인데, 그 이유는 분명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터. 두 노래 모두 멜로디, 가사, 뮤직비디오까지 한몸같이 느껴지는 노래랄까. 그래도 두 노래중 하나만 뽑자면 '몰린2'이다. 이런 노래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기에 소개해본다.

참 생각해보니 이런 가수가 매달 한 곡씩 내준다니,, 이번 노래도 좋던데 사랑합니다 종신 행님. 이번에도 콘서트 갈게요.

 

- 가사 -

코스모스 가을을 지나

찬 바람에 날려 흩어질 때

차가운 밤, 차가운 공기

까맣게 드리워진 너의 생각에

 

무거운 맘

겨울이 오면 하얀눈에 묻혀 다져질 때

오랜세월 겹겹이 쌓여

단단한 나무 나이테처럼

 

그리움이 쌓이고 보고픔이 자라도

몰린

너에게 뿌리내리지 못한 서러움에

세상 어디에도 우주 밖으로도

끝도없이 떠밀리는 나의 사랑

 

 

오랜세월 겹겹이 닫힌

단단한 껍질속 모진 내 마음처럼

그리움에 지치고 보고픔에 굶주려도

몰린

너에게 뿌리내리지 못한 서러움에

세상 어디에도 우주 밖으로도

끝도없이 떠밀려가네

 

그리움이 쌓이고 보고픔이 자라도

몰린

너에게 뿌리내리지 못한 서러움에

세상어디에도 우주 밖으로도

끝도없이 떠밀린 넌

나의 인생

 

 

 

12월호 '몰린2'

[12월호 이야기]  끝도 없이 몰린, 그런 뜻의 형용사가 어느 순간 노래 제목이 되었고, 자연스레 그리움의 대명사가 되었다. 가을 낙엽이 겨울에는 바스락거리다 찬바람에 부서져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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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이야기

끝도 없이 몰린, 그런 뜻의 형용사가

어느 순간 노래 제목이 되었고,

자연스레 그리움의 대명사가 되었다.

가을 낙엽이 겨울에는 바스락거리다

찬바람에 부서져 먼지처럼 날릴 때

그 초라한 소멸이 그저 서러웠다.

한때 햇살에 반짝이는 진록의 잎사귀 시절의 기억으로

겨울은 다 마르고

뿌리만 소리 없이 깊어진다.

"그리움의 이름 몰린,

너는

내디뎌 내릴 땅도 없어지고

숨 쉴 공기도 없이

우주 밖으로 멀어져가지만

사라지지 않는 한

소멸의 언저리에서 함께하는

나의 인생이다"

- 이규호 Kyo

 

내 생각엔

이규호는 나무가 사계절을 관통하듯,

갓 싹틔운 앳된 봄을 지나

햇살 아래 눈시릴 정도로 푸른 진록의 시절을 거쳐

무채색 옷을 입어 추위를 버티려 하는 가을,

살에는 바람에 모든 잎을 내던져 버린 겨울의 나무 모습을 비유로 노래를 나타내는 것 같다.

나무도 그리운 순간이 있을 것이다. 흩어져 버린 사계절 흔적들은 나무에 잔흔도 남기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게 끝이 아닌 것. 뿌리는 더더욱 깊어지고 나이테는 늘어난다는 것.

이전 계절과 같은 잎사귀, 같은 꽃, 같은 열매는 아니더라도 더욱 단단하고 굵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음악잡론

 살면서 강렬한 추억들이 있는가. 그리 강렬하지 않더라도, 잔잔하더라도 내 마음 모두를 몰입하게한 추억이 있는가. 있다면 지금도 그러한가. 그렇지 못한다면 그때를 추억하는가. 사람들은 살면서 좋은 기억들을 추억한다. 그리고 그러한 추억을 함께 한 사람을 더 이상 보지 못할 때 그리워하고 보고파한다. 그립더라도 보고프더라도 쉽게 함께하지 못하는 상대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몰린'의 가사처럼 그리움이 쌓이고 보고픔이 자라면 '그때 그 사람'에 뿌리내리지 못한 자신이 슬프고 서러워진다. 보통 이러한 추억을 공유하는 감정이라면 사랑이 아닐까. 필자는 그렇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 만큼 이번에 작성하게 될 글은 내 경험이 주를 이룰 것 같다. 거기에 '몰린2' 몇 방울 정도? 그래도 읽는 사람들도 꽤 재밌어 할 것 같다.

내 경험을 풀어 노래를 설명해보자면, 중학교 1학년 때, 전학온 한 친구가 있었다. 처음에 한눈에 반했다가, 이후 잔잔하고 깊게 반했던 것 같다. 그 사람 생각때문에 얼마나 많은 밤을 새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가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 짝사랑했다. 햇수로 치면 한 6년 정도 되려나. 그리고 졸업을 한 후 4년동안 그 친구를 볼수 없었다.

고백은 했었다. 중학생때도 했던 것 같고, 고등학교때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앳되고 바보같았던 내 모습이. 추운 겨울 채 녹지못한 눈을 가장자리로 몰아낸 그 길을 걸으면서 그 사람이 추위에 떠는지는 생각못하고 해야할 고백에만 떨고 있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생각해보면 미안하고 고마운 기억들 투성이다. 졸업하던 날에도 천진하게 웃고있던 내 모습이 문득 바뀌던 순간은 그 사람이 졸업축하 영상을 보고 눈가에 손을 가져다 대는 모습을 본 이후로 바뀌었다. "아, 어쨌든 못보는거구나". 어차피 친한 친구사이가 아니었지만, 친한 친구사이가 아니었기에 진짜 볼 수 없었다. 그때는 심지어 크게 빠져있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손짓 한번이 얼마나 큰 순간의 울림을 주던지. 똑똑하지 않아 꼭 똑똑해지라는 의미로 블로그 이름을 민똑똑으로 지은 것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참 잘지은 것 같다.

 

어찌되었건, 생각해보면 난 중학생인 어릴 적부터 느꼈다. 이 친구와는 친구가 될 수 없겠다고. 한 번 보면 즐겁고. 두 번 보면 행복하고. 세 번 보면 사랑하게 되는 이런 사람과 어떻게 친구를 한단 말인가. 친구로 좋아하게 되면 괜히 이런 마음이 미안하기도 했다. 난 나 앞에서 당당했고, 그 친구와는 절대 이성적 감정을 빼고 만날 수 없다 생각했기에 고백이라는 결정을 매번 내렸던 것 같다. 

 

 몰린2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때 차여서 인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가 나는 이 노래에 공감이 참 많이 간다. 좋아한다는 말을 쉽게 하는편이 아니라도 그 친구 앞에서면 근질거리곤 했다. 실은 이후로 그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은 못만나 봤다. 첫사랑이자 짝사랑이라 그런가, 내 이상형도 어느새 돌아보면 그친구와 닮은 사람들인것 같다.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윤종신식 표현으로 나무 나이테로 치면 한 여섯줄 정도 되니까 나에겐 잊긴 힘든 사람이다. 실은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이따금씩 그 사람이 생각날 때가 있었다.  그러면 그 하루동안은 그 사람 생각에 빠지게 된다. 무의식적인 이런 내 행동을 영화를 보다가 깨우치게 된 적이 있다.

 

 

김윤석, 변요한 주연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주인공 수현의 딸은 수현에게 묻는다.

 

"아빠 만약에 보고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볼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해?"

 

수현은 말한다.

 

"행복했던 때를 생각해. 그 사람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 기억만으로도 살아져" 

 

 

그렇다. 한번 씩 찾아오는 보고픈 감정을 나는 며칠의 시간만으로 대충 정리하고 다시 띄워보내길 반복했다. 교복을 입은 내 옆자리에 그 사람이 잠깐 앉아주면 생기는 긴장되는 텐션. 나만 느낄 수 있던 그런 때를 생각하고 많이 생각한 후 띄워보냈다. 어쩌면 '냉정과 열정사이'를 10번도 넘게 보며 인생작으로 뽑고, 누군가에겐 뻔한 로맨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눈물흘리며 본 이유는 '타다이마 - 오카에리' 유형의 작품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배웅조차 하지못한 누군가의 복귀를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 수 있다. 띄워보내고는 또 다시 떨어지면 다시 띄워보낼 생각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보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니.

 

타케노우치 유타카(냉정과 열정사이 中 준세이 役)


'몰린2'의 뮤직비디오는 기상관측용 풍선에 시간에 따라 넘어가는 그림책을 매달아 올려보내면서 시작된다. 여기서 그림책이 곧 '추억'이라고 본다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행복했었던 추억들을 날려보낸다. 아마 추억들을 품으면서 살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더이상 볼 수 없는 상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끝난 추억이니까. 결말은 기대와 다르게 시원찮았으니까.
그림책을 매단 풍선은 우주 끝까지 나아갈듯이 열심히 날아간다. 지면으로 부터 멀어져 어느새 육안으로 볼 수 없게 되고, 구름위까지. 곧 대기층을 뚫을 듯이 올라가다가 우주에 다다랐다고 생각할 만큼 높아질 때 외부 공기의 대기압이 낮아져 풍선은 터지게 된다. 터진 풍선때문에 그림책(추억)은 다시 지면을 향해 추락하고, 어느새 육안으로 볼 수 있어지면서 손으로 만질수도 있어진다.

 

흡족한 결말을 보지못했지만 행복한 추억들, 그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 이러한 모습은 괜히 서럽고 서글프다. 나도 그랬다. 고등학교 말이나 대학교때 여자친구를 만났고 대학생활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여러 데이트를 했었지만. 이따금씩 찾아오는 그 추억들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며칠간 마음속으로 추억을 그리워하다 다시 기상관측용 풍선에 묶어 하늘위로 띄웠다. 나에게 멀어가는 순간부터 천천히 나아지기 시작하며 일상과 현생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느새 풍선이 터지고 다시 내게 찾아오면. 나는 다시 그리워하고 서글퍼하다가 다시 띄워 보낸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런 행동들을 난 왜 하고 있는지도 모를만큼 오래했다. 삶이란 이런 것인가. 무슨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끝도 없이 찾아오고, 그리워하고, 띄워올리길 반복하는 것인가. 그래도 조금씩 예전 기억들이 생각나지 않아지기 시작할 때가 있었다, 점차 모든게 고요해지면서 멈췄나 했었다.

제우스에게 찍힌 남자, 시지프스. 사진은 불펌

모종의 이유로 오랜기간 좋아했던 그 사람과 가까운 위치에 있게 되었는데, 예기치 않게 온 연락에 나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 했었다. 실은 가까이 있는 것은 알았어도 연락할 생각은 없었다. 다시 좋아하게 되는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이젠 혼자서 괜찮다고 느껴졌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볼 기회가 어이없게 생겨났다.

기대를 하나도 안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가 과연 예전만큼 이 사람을 좋아할 지 몰랐다. 괜히 아름다운 추억에 상응하지 않게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면? 내 추억이 미화된 것이라면 어쩌지. 어쨌든 이런 고민들을 안고 나간 자리에서 우린 보게되었고 예전과 같이 난 좋았다.

그 사람이 웃을 때마다 좋았다. 계속 웃게 해주고 싶었다. 실은 그 사람을 오랜만에 본 그 한 주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한 주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슬픈 일이 있어서 참 힘들었었다. 필자는 영화나 책 같은 작품을 감상할 때 빼고는 눈물이 없는데, 그 한 주에는 거의 매일을 울었던 것 같다. 정말 깜깜한 밤 같았던 한 주의 시간, 아무리 친한 친구 앞에라도 눈물을 안보일 수가 없었던 시간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한 그 자리를 나는 나가게 되었고. 그 사람은 예전과 같이 날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그 사람을 본 단 하루는 길고 긴 밤의 별같이 빛났다. 즉, '미칠것 같이 슬픈 한 주'를 '그럭저럭 괜찮은 한 주'로 만들어주었다.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맙다고 말하기도 힘든 나라는 사람이 웃겼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그냥 계속 웃게해주고 싶은 것 뿐이었다. 그 이후론 시간 날때마다 보고싶었다. 오랜만에 살아난 추억때문에인가 마음에 생긴 여러 그림책들을 난 더이상 풍선에 묶어 띄워보내지 않았다. 그저 며칠 간은 지면에 추억을 두고, 곰곰히 되새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게 맞는건지 이상했다. 나는 그 사람과 절대 친구사이가 될 수 없는 것인가 고민했다. 그렇게 며칠 고민한 결과 역시 친구는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사람에게 나는 '친구 이상은 안되는 사이'지만, 내게 그 사람은 '친구는 될 수 없는 사이' 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마주 칠 수 있었을까 신기하다. 그 사람의 배려덕분이겠지.

실은 필자는 매번 이렇게 미친 새1끼는 아니다. 막 좋아하는 건 딱 그 사람 앞에서만 그렇다. 다른 추억들도 생각하는가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이미 이루었던 사랑은 다시는 생각나지 않았다. 이루어 지지 않아서 그런가, 더 조급해지고 성급해진다. 뭐에 씌인 것 마냥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좋아한다고 말 했다. 그것도 되게 무드없게. 이루어지지 않을게 뻔한데도 말해야 했던 이유는 뭘까. 그리고 부담을 주면서 까지 그렇게 급하게 얘기해야했던 이유는 뭘까. 오랜기간 이런 친구로써의 만남이 지속되면 감당할 수 없을만큼 많은 페이지가 그려져 풍선을 매단 그림책을 띄우지 못하게 될 수도 있지 않아서였을까. 그래서 그 결론 너머에서 후련하고 시원한 마음이 컸다. 의미없이 만나 근황이나 나눌수야 있지만. 난 좋아하고 있을테니까. 날 편하게 생각할 상대에게 꺼림칙한 느낌을 주기 싫기도 하고. 어서 정리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이유 때문일 터. 또한 그 급작스런 고백이 며칠간 뒤척인 내 밤잠을 조금 편하게 만들 수 있을거라 여기기도 했기에. 생각해보면 참 이기적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내 행동이 고백하고 '아님 말고' 식으로 빈정대는 어린이와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진짜 좋아한다면 그랬어야 했을까 한번 생각해본다.

 

당당한 척, 쿨한 척 하지만 마르칸 정도까진 아니다

 

그렇다해서 누군가에게 뿌리내리지 못한다는게, 그 사람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생각하고, 미래를 꿈꾸는 행위를 덧없게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은 나한테 썩 좋은 사람이었다. 그 덕에 나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배웠고 무엇이 진짜 감정인지, 행복인지 알았다. 이어진 적은 없지만 그 정도로 남는것 만으로도 내 인생에 좋은 경험 아닌가. 당장 생각만 해도, 북촌이 왜 관광지인지, 밤의 청계천은 얼마나 시원한지, 석촌호수에서 본 롯데월드는 어떤지, 퇴근 후 문래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카푸어 작품의 작풍, 무화과의 식감은 어떠한지, 흑미의 매력은 뭔지 다 그 덕에 알게 되었으니. 무척 감사할 따름인 것이다.

북촌에서 본 게스트하우스 굴뚝 - 주차장도 예술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몰린2' 마지막 가사 처럼 "세상 어디에도 우주 밖으로도 끝도 없이 떠밀린 넌 나의 인생"이라는 가사가 참 와닿는다. 좋아하는 감정은 그 사람을 위해서도 맞지만, 나 스스로를 위한 감정이기도 하다. 나는 그때 행복했던 내 모습이 좋다. 그게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걸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그 사람 덕에 이렇게 영감을 받고 글을 쓰는 거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루어지지 않았더래도 생각보다 버틸만한 것 같다. 부담을 주게 된게 참 미안하기도 하지만 이기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결말이 어찌 되었던 소중한 기억들이 남았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고마운 것 같다.

 

약 1년 전 길게 잊고 지냈었지만 보고싶은 마음에 그 사람에게 연락한 적이 있다. 안물어보면 미칠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었다. 그래서 모두 비워낸 줄 알았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축제에 가게 된 때였는데, 돗자리를 펴고 서로 이야길 하다 짝사랑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내 얘기를 꺼냈고. 며칠 전 연락한 이야기도 꺼냈다. "로맨틱하다", "신기하다"라는 말이 술이들어가자 점차 "어떻게 그렇게 길게 좋아해?", "너 븅신이야?". 로 변하는 모습은 꽤 신박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 나는 "이제는 생각도 잘 안나요. 왜 좋아하는지 까먹어버렸어요 하하" 하고 얼버무렸다. 실은 얼버무린척 진짜 이유를 말했다. 너무 오래 안보니까 기억도 없어지니까. 수차례 우주까지 뻗어나간 그림책이 어느새 비구름에 젖어 모두 번져버렸으니까. 그냥 '첫사랑', '짝사랑'이라는 이유의 인정하기 싫은 집착만이 남은 것이다. 집착은 상대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느끼면서도.

우리학교 축제. 정신병동 같은 IT 1호관과 불꽃 ^*^.

"그래도 다시 보게되면 어떡할꺼야?" 묻는 물음에. "좋아해야죠, 해왔던것 처럼" 이라고 말했다. 왜 이러한 행동이 무척 당연하게 되는걸까. 오랜만에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던 다시 만나던 그날. 나는 그냥 그 사람 씨익 웃음 한번에 오랜 내 행동들이 이해되었다. 또 친한 친구 생일 외우기도 힘들어하는 내가. 그 사람의 생일을 알고 있을 때. 제대로 축하해준적도 없는데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그 웃음에 이해되었다.

 

어젯 밤 꽤 오랜만에 풍선을 띄워 올렸는데 이번엔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다. 예전보다 무거워진 그림책이 날 수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부디 안전하게 날아가서 행복했던 추억들을 모두 까먹기 전에 지면으로 내려와주길. 바다 한 가운데도 가지말고, 나무가 우거진 정글 숲에도 가지말고, 나한테 몇 번 더 내려와주길 빌어본다. 그렇게 며칠 선잠도 자고, 누워 '몰린2'를 찾아 듣다가, 잠이 안오면 내 자장가 '프레드 '몰린''의 'Something there'을 듣다가, 꿈에서 보면서 잠깐 보고파하다가. 되새기다가. 많이 생각했다고 여겼을 때 대빵 큰 로켓에 태워서 밤하늘에서도 안보이는 저기 명왕성으로 쏘아올려야지. 어릴 적 좋아했던 추억부터 지금까지의 작은 페이지를 긁어모아 보내야지. 그리고 그땐 더 이상 추억하지 않아야지. 몇 년 잘 잊고 산 것 처럼 꿈에서도 안나오겠지. 그때도 아무 안부없이, 말없이 속으로 응원하고 건강하길 빌며 고마워해야지. 생각해본다. 나도 현생을 살아야하니까.

 

이 노래를 작곡한 이규호는 참 천재같다. 윤종신의 가사는 두번 말하면 입아프고. 실은 이규호는 '몰린'을 작곡했을 때 가사를 붙이기를 싫어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종신옹께서 좋은 가사를 붙여줘서 그럴까. 스케치북에 직접 나와 몰린을 부르기도 했다.

이제 9월, 가을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한화 불꽃축제도 보고, 오늘 도착한 예쁜 롱코트도 꺼내 입을 수 있다. 이후 겨울이 오고, 첫 눈이 오게되면 하얀눈에 쌓여 다져지는 많은 발자국들이 예쁘다. 추운 계절 따뜻한 텐동에 얼어버린 손을 녹이듯. 나는 또 언제그랬냐는듯 꿈을 향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사랑을 시작할테니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달달한 기억들과 추억들을 다시 쌓아나가자. 좋아한다고 순간의 감정에 취해 열심히 매어놓은 풍선이 날아가지 않게 막지 않아야 한다. 시원하게 보내고 잊고 잘 사는 것. 그게 몰려버린 너를 진정 좋아하는 것 아닐까. 다행히 필자는 그렇게 살 자신있다. 배려넘치고 다정하지 않은 내 농담을 재밌어해주던 그 사람에게 이따금 감사함을 뭉뚱그려보며. 인생의 수많은 OST를 만들어주시는 윤종신 님에게 감사하며. 이상 '몰린2' 였다.